역사와 자연이 숨을 내뿜는 곳 구마노고도

역사와 자연이 숨을 내뿜는 곳 구마노고도

이세신궁과 함께 미에의 대표적인 또 하나의 성지 구마노. 그리고 구마노를 향하는 순례길 구마노고도 (熊野古道 구마노의 옛길). 순례길로서 그 자체로도 유네스코로 등록되어 있으면서도 길의 일부 자연경관들도 유네스코로 등록된 곳이 적지 않다. 그 중에서도 가기 쉽고 느끼기 쉬운 세계유산 시치리미하마 해변과 사자 바위, 그리고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신사(성지)로 알려져 있는 하나노이와야 신사. 자연과 역사를 좋아한다면 꼭 한 번 가봐야 할 곳이다.

글: 김 상협

도쿄에 사는 한국인. 2010년 고등학교 졸업 후 일본에 유학. 이렇게 저렇게 2020년 현재도 여행 관련 마케팅과 프로모션 일을 하며 일본에서 생활 중. 취미는 등산, 헬스, 독서, 노래방. 일본인 친구들이 좋아서 일본을 좋아하는 한국인. 한국을 싫어 할 수 없는 일본인 친구를 많이 만드는게 요즘 목표. 이 글은 그런 한국인이 미에를 여행하며 쓴 글입니다.


오늘의 여정은 시치리미하마 해변을 걸어서 하나노이와 신사와 시시이와(사자바위)를 보는 것이다. 시치리미하마 해변은 구마노고도라는 일본의 순례길의 일부로, 시치리미하마 자체로도 해변 순례길로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전날 밤에 도착해 료칸에 머문 후 아침에 길을 나섰는데 하늘이 거짓말처럼 너무 예뻤다. 구마노시 역 근처에 숙소를 잡으면 꽤나 걷기는 하지만 걷는걸 좋아한다면 걸어서 하나노이와 신사와 사자바위를 돌 수 있다.


해변은 22km 이어지는데 해변은 탁 트여있고 파도는 잔잔해서 영원히 이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물론 22km조차도 다 걷지는 않겠지만…


시치리미하마 해변 큰 특징이라면 모래사장 해변이 아닌 자갈해변이라는 것이다. 바다로 흘러들어오는 구마노가와라는 강이 이곳저곳의 돌들을 데려와서 여기다가 데려다 놓는다고 한다.


강이 돌들은 데리고 오는 동안 꽤나 돌들을 굴렸는지, 그 많은 자갈들은 하나같이 동글동글하고 귀엽다. 설마 돌을 보고 귀엽다고 생각할 줄은 몰랐는데, 정말 작은 자갈조차도 무언가의 미니어처처럼 모양과 특징을 가지고 있고, 그럭저럭 큰 자갈도 자갈이나 돌이라는 거친 느낌이아니라 부드럽고 따듯한 느낌이다. 실제로 만져도 매끈하다. 이곳의 자갈이나 돌을 주워서 악세사리를 만드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시치리미하마 해변에 접해있는 하나노이와야 신사에 도착. 이곳도 세계유산이다. 어쩌면 들어본적이 있을지도 모르는 이자나미 (이자나미노미코토)라는 신과 카구츠치 (카구츠치노미코토)라는 신이 모셔져있다.


이렇게 구름 한 점없는 날에도 이런 분위기가 연출되는게 너무 좋다.


일본의 많은 신사들이 그렇듯, 이 곳에도 교토에 가기 힘든 사람들을 위해서 이나리타이샤 신사가 만들어져잇다. 혹시 교토에 갈 시간이 없다면 여기서 한 번 들려주자.


하나노이와야 신사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신사 중 하나라고 알려져있다. 정확히 말하면 신사와 같은 역할을 하는 신앙적 성지 중에서 가장 오래된 곳이다. 약1,200년 전에 쓰여진 일본서기에도 지금의 하나노이와야 신사에 대한 기록이 있다. 이자나미가 죽은 후, 그 신체를 장사한 곳이 지금의 하나노이와야 신사가 있는 장소라고 한다. 그래서 옛날부터 지역주민들이 정기적으로 꽃을 놓고 제사를 지내는 신성한 곳이였다고 한다. 정식으로 신사가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인(?) 메이지 시대라고 한다.


입구를 지나서 먼저 보이는 것은 커다란 바위.생각치 못한 막다른 장소와45m나 되는 커다란 바위 그리고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 대조되는 햇살 가득함이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이곳이 이자나미가 모셔진 곳. 사당이 있고 다양한 치장이 있는 다른 신사와는 달리 정말 심플했다. 한편으로는 신사가 아니라 신의 무덤이라고 생각하면 무언가 그런 느낌이 들기도 한다.사진 뒤에 보이는 움푹한 곳이 이자나미가 화상을 입은 곳이고 그 화상으로 인해 이자나미의 신체는 죽음을 맞는다.


그 옆에 있는 것이 카구츠치노미코토가 모셔진 곳이다. 사실 이자나미가 화상을 입고 죽은 것은 카구츠치를 낳았기 때문이다. 불의 신인 카구츠치를 낳을 때 이자나미는 화상을 입고 그대로 상처가 악화되어 죽은 것. 어머니인 이자나미도 불쌍하지만 그저 태어났을 뿐인 아들 카쿠츠치도 불쌍하다. 그 뒤에도 스토리가 있으니 관심이 있으면 찾아보길 추천한다. 일본 신화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이 있다.


바위 위에서 아래로 밧줄은 이어서 장식하고 이것을 교환하는 행사를 정기적으로 하고 있는데 꽤나 옛날부터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참고로 바위 윗쪽은 움푹 파인 곳이 있어서 사람얼굴처럼 보이는데 아무리 보아도 닌자가 나오는 유명한 일본 애니메이션의 그 곳이 떠오른다.


이제 다시 시치리미하마 해변으로 돌아가 사자 바위를 향하자. 사실 사자바위는 구마노시 역에서 하나노이와야 신사에 오는 길 근처에 있기도 하니 사자바위를 먼저들려도 딱히 문제는 없다.


사자 바위가는 길에 보이는 하나노이와야 신사의 바위와 밧줄.


그리고 신기한게 돌사이로 뿌리를 내려서 자란 나무들. 정확히 어떻게 되어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뿌리의 반은 밖으로 나와있으면서도 잎에선 초록빛을 뽐내고 있다.


다시 한번 해변 길을 쭉 걸으면 사자 바위에 도착한다. 이 곳도 세계유산이다.


분명 사자 바위에 오면 사진을 몇 번이나 찍고 싶어 질텐데 사자 모양이 너무 완벽해서 다 사자로는 보이는데 뭔가 더 잘 찍을 수 있을 것 같고..근데 찍어도 결국 비슷비슷한 것 같고.. 한 번 도전해보자.


이 기사에서 소개한 명소